INFP 남성
조용한 사람이었다.
혼자 있는 시간이 전혀 낯설지 않았고, 오히려 익숙했다.
사람들 사이에서 배려받기보단 배려하는 쪽이 편했고,
목소리를 내기보단 마음을 들어주는 쪽을 선택했다.
그러다 보니, 내 이야기를 누군가 끝까지 들어주는 경험은
그리 많지 않았다. 내가 먼저 마음을 열지 않으면
그 누구도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, 꽤 늦게 알았다.
“괜찮아, 그냥 내버려 둬도 돼.”
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지만, 속으로는 달랐다.
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오래 마음이 움직이고,
지나가는 눈빛 하나에도 온종일 의미를 붙여보는 사람.
가끔은 너무 피곤했다.
왜 이렇게까지 느껴야 할까,
왜 이렇게까지 혼자 해석해야 할까.
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, 그 감정들 덕분에
나는 누군가의 아픔을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고,
친구가 지친 날엔 괜찮다는 말보다
“내가 네 옆에 있어줄게”를 먼저 꺼낼 수 있었다.
문제는, 나 자신에게만 그걸 잘 못했다는 것.
타인의 마음엔 민감하면서도, 내 감정은 자주 무시해버렸다.
“이 정도는 괜찮아야지.”
“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어.”
그렇게 마음의 신호를 몇 번 놓치다 보면,
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무기력해지고
감정이 ‘멍’해질 때가 찾아온다.
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.
‘내 감정도 누군가의 마음만큼 소중하다’는 걸
의식적으로라도 자주 떠올리려 한다.
조용하지만 사려 깊은 나의 성향이
나 자신에게도 향하도록,
“지금 이 감정, 잠깐 멈춰서 바라봐도 돼”라고
부드럽게 말 걸어주려 한다.
당신은 어떤가요?
혹시 당신도 자신만의 언어로,
마음을 꼭꼭 숨겨두고 있는 중인가요?
지금 이 순간, 당신 안의 감정에게
살며시 말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.
“괜찮아, 말해도 돼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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