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《사람의 얼굴을 한 성격들》 - “말 안 해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”

by 발림성 2025. 5. 3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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INFP 여성, 가장 조용한 울림

 

 

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요.

그냥 조용히, 마음에 있는 말을 꾹꾹 눌러 담는 편이었죠.

누군가 내 감정을 물어봐주면 그제야 조금씩 꺼내 보이고, 그마저도 ‘괜히 말했나?’ 싶어 밤새 뒤척이는 사람이었고요.

 

내가 INFP라는 걸 알게 된 후, 비로소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이 조금 위로가 됐어요.

‘지나치게 감정적이다’, ‘쓸데없이 예민하다’는 말로 나 자신을 얼마나 눌러왔는지, 돌아보게 됐거든요.

사람들은 내가 조용하다고 말하지만, 사실 내 안은 늘 시끄러웠어요.

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움직이고, 작은 말 한 마디에 생각이 이리저리 부서졌다 다시 모아졌어요.

“그냥 그런 말이었을 뿐이야.”

“그런 뜻은 아니었겠지.”

 

스스로를 달래면서도, 마음 어딘가는 여전히 아팠어요.

그 말이, 그 표정이, 내가 아닌 사람이 된 기분을 줬으니까요.

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, 그냥 너무 오래 참고 있었던 거였어요.

 

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말 속에서 나는 ‘나는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?’를 묻게 됐고,

다정한 척 하지만 본질은 나를 몰랐던 그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뒤로 물러난 순간들이 쌓였어요.

 

그래도 참았어요.

한참을, 오래.

그날도 그랬어요.

회의 중 내 의견이 무시당했을 때,

다들 바빠서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를 타일렀지만,

정작 마음은 ‘그걸로 된 게 아니다’라고 울고 있었어요.

 

말을 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.

설명하지 않아도, 그냥 내 얼굴만 봐도 무슨 일이 있는지.

알아채 주는 사람이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, 그날은 유난히 간절하게 바랐어요.

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러지 않았고, 나는 또 그렇게 내 마음을 혼자서 꺼내다 말았어요.

 

그래서 이제는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겐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했어요.

대신, 내가 나를 더 잘 알아주기로요.

그건 꽤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, 그래도 그게 시작이라 생각해요.

 

나는 왜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반응할까?

왜 나는 저 사람처럼 쉽게 넘기질 못할까?

그 질문들 속에서, 이런 결론에 닿았어요.

나는 섬세한 사람이 아니라, 그만큼 깊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구나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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